EDITOR : 장태원



GOT the beat - Step Back
GOT the beat - Step Back


SM 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야심찬 새 프로젝트인 Girls On Top(GOT)의 첫 번째 그룹의 GOT the beat의 첫 싱글인 "Step Back"이 발매되었다. SM은 늘 K-POP의 최전선의 흐름을 이끌어왔다. 이번에도 그 흐름의 선봉장으로 서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의의는 새로운 수익 구조의 발견이다. SM은 무한개방, 무한확장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NCT를 출범했었다. 하지만 이들을 기점으로 K-POP의 마이너 장르화가 이뤄졌다고 말해도 무방할 정도로 대중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 점에 관해서는 이견을 가지는 팬들이 많겠지만 일반적인 시선으로 볼 때는 어쩔 수 없다. 당장 50대에서도 EXO라는 그룹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 심지어는 멤버의 이름을 외우기도 한다. 허나 NCT는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K-POP의 동력은 더 이상 대중성에 머무르지 않기에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의 히트를 염두한 것으로 다분히 보여지는 해당 프로젝트의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SM 소속의 다양한 걸그룹 및 여성 가수가 가지는 팬덤을 포괄하기 위함이다. 이젠 SM은 자신의 팬덤을 한 팀 내지 가수의 단위로 가지는 것이 아니라 SM 자체의 팬덤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 SM 소속의 다양한 가수를 좋아하고 소비할 수 있는 미래의 소비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아이돌의 수명이 길어져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나 본래 소속의 그룹이 사실 상 해체 수순을 밟는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그렇게 다양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가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해당 프로젝트의 큰 의의이다.

의의는 차치하고 리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에 관한 이야기이다. 프로듀싱은 전형적인 SMP(SM Music Performance)의 형태를 보인다. 미니멀한 트랩 기반의 사운드를 바탕으로 중간에 R&B 사운드를 삽입하며 긴장과 이완을 반복한다. 본 곡에서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의 최근 작인 "DONDA"에 참여하며 본토에서의 입지를 한 번 더 다진 뎀 조인츠(Dem Jointz)의 전형적인 사운드가 느껴진다. 뎀 조인츠는 SM에서 이미 다수의 곡을 프로듀싱한 경험이 있기에 SM이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의 방향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NCT 127의 "영웅(Kick It)"에서도 들을 수 있던 헤비한 베이스 사운드는 본 곡에서도 확인되었다. 힙합을 기반으로 한 곡이 현재 K-POP 씬에서 유행하는 만큼 이를 의식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재밌던 점은 곡의 주제의식에 맞춘 프로듀싱이었다. 도입부의 샘플 사용을 통한 웅장함의 재현은 본 곡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외치며 시작을 끊는다. 알파 피메일(Alpha Female)의 우월함을 노래하는 것에 있어 잘 맞춰진 사운드를 구성한다.

이 곡에서 프로듀싱도 나쁘지 않았으나 재미있던 점은 보컬의 기용에 있다. 태연, 웬디, 슬기 등 이미 가창력을 인정받은 보컬의 퍼포먼스는 이번 곡에서도 부정할 수 없다. 본인의 음색을 살리며 곡의 중심을 잡은 태연과 슬기의 보컬은 가장 뛰어났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중음부에서 고음부를 장식하며 빈틈없는 사운드를 채운 웬디의 모습 또한 발군이었다. 최근의 솔로 EP "Like Water"에서와는 다른 형태의 퍼포먼스였기에 웬디는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줬다. 곡의 컨셉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에스파(aespa)의 보컬은 곡의 무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며 안정성을 높였다. 윈터와 카리나가 가진 고음역대의 사운드는 음의 층위를 만들기도 하며 특유의 보컬 무드를 통해 SM이 추구하는 "NEO"함을 증명했다.

하지만 본 곡에서는 아쉬운 지점 또한 명확하다. 위에서 언급한 전형적인 SMP의 특징은 장르의 유기성을 고려한다면 좋은 특징이나 다르게 말한다면 익숙한 프로듀싱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소 미니멀한 사운드는 깊은 층위를 느낄 수 있다기보단 밋밋한 인상이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베이스의 층을 더 쌓아 복합적인 베이스 사운드를 연출하는 것이 더 웅장한 느낌을 연출하기에 적절했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또한 의문이 가는 사운드도 존재한다. 곡의 초반부의 남성의 목소리를 사용한 더블링은 삽입의 이유를 고민하게 한다. 과연 우월한 여성의 서사를 외치는 자리에 남성의 개입이 적절한지에 관한 점이다. 그리고 중후반부의 브릿지 파트는 피로감을 증대시킨다. 사실 SM의 주된 형식 중 하나이지만 필자는 늘 그 부분에 관해 아쉬움을 갖는다. 이 긴장과 이완이 청자를 흥분시키는 데에 일조하지는 못한다. 되려 맥이 빠지고 "아, 또 알앤비?"와 같은 인상을 남긴다. 차라리 트랜스 등에서 보이는 구성을 차용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에스파의 "Yeppi Yeppi"에서 볼 수 있던 구성 말이다.

보컬에서도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보아, 효연의 보컬은 상대적으로 묻히는 감이 있었다. 성량의 차이도 있겠지만 보컬의 배치에서 두 보컬이 등장할 때면 김이 빠지게 된다. 상대적으로 약한 보컬을 선보여 무드를 해치는 느낌이 든다. 다른 문제는 믹싱에도 있다. 에스파의 전작에서도 계속 느껴졌던 문제이지만 윈터의 과도하게 높은 음압은 피로감을 증대시킨다. 태연과 동 음역대의 고음을 선보임에도 불구하고 귀를 찌르는 듯한 사운드가 연출된다. 강한 고음의 연출을 위한 높은 음압의 사용은 이해하겠다만 정도가 심하다. 출력의 강도를 조금은 조절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비강을 강하게 사용하는 윈터의 창법의 교정을 통해 듣기 쉬운 보컬을 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그렇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랩이다. 왜 아이돌들은 늘 랩을 못하는지에 관한 의문이 생긴다. 효연과 카리나의 랩 퍼포먼스는 오글거린다는 느낌을 준다. 효연 특유의 저음과 발음에서 나타나는 쿠셰는 거슬린다는 인상만을 준다. 그낭 까놓고 말해서 랩을 못한다. 효연 뒤에 이어지는 카리나의 랩 또한 발음에서 나타나는 쿠셰가 몰입을 해친다.

프로듀싱과 보컬에 관한 얘기 이후에는 주제의식과 가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본인의 우월성을 과시하며 가상의 연적에게 날리는 공격적 메시지는 주체적 여성으로서의 가사라고 느껴지진 못한다. 되려 해당 곡의 여성성의 완성이 남성으로 이루어진다는 모순을 안고 가는 셈이다. 독립적인 여성 서사는 차라리 있지(ITZY)와 같은 그룹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남녀 성별과 별개로 본인의 모습을 존중하라는 방식의 메시지가 더 설득력이 있다. 여성들을 필두로 내세우는 프로젝트의 효시를 알리는 첫 싱글치고는 다소 빈약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유치한 가사. 정말 어쩔건지 모르겠다. 이전부터 유영진의 작사는 호불호가 굉장히 심하게 갈렸다. 중학생 수준의 구사력을 보인다고 욕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SM 특유의 자신감을 내비친다는 사람도 존재한다. 다만 본 곡에서는 유치한 구석이 많다. "내가 제일 잘 나가." 식의 가사는 이미 너무나도 많이 반복되었기에 별 감흥을 주지 못한다. 또한 후반부의 카리나-윈터의 랩 파트는 가관이다. 키치한 가사 반복과는 별개로 도대체 "찍어라*3"과 같은 부분은 더 잘 쓸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장점보다는 단점이 명확하게 보였던 곡이었지만 아직 첫 신글이기에 해당 프로젝트의 총괄적인 방향성을 속단하긴 이르다. 믿고 듣는 SM인 만큼 앞으로의 모습에 더욱 기대를 걸고자 한다.

처음 써보는 리뷰 아닌 리뷰라 어색한 구석이 많다. 막귀이며 음알못인 필자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글을 다 쓰고나서도 약간의 석연찮은 구석이 남으니. 여튼 앞으로는 더 탄탄한 구성의 리뷰를 작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평점

2.5/5